[아이뉴스24 김지수 기자] 시중은행의 하반기 채용 일정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은행 채용 담당자들이 취업준비생을 위한 조언을 내놨다.

29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청년과 금융이 通하다!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첫 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구직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는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6개 금융협회가 공동 주최하며 은행, 보험, 금투, 카드, 저축은행 및 공기업 등 59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30일까지 이어진다.

특히 신한, 우리, 농협, KEB하나, KB국민, IBK기업 등 6개 은행의 경우 박람회 현장 면접에 참여한 2천416명 중 우수면접자를 선별해 하반기 공채 서류전형 합격 특전을 부여한다. 우수면접자는 평가를 거쳐 전체 현장면접 지원자의 30％를 선정할 계획이다.



채용비리 문제로 홍역을 앓았던 은행권은 하반기 채용부터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채용 모범규준'이 본격 도입된다. 공정성 강화를 위해 블라인드 채용으로 진행되며,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및 시사상식 등을 혼합해 필기시험이 치러진다.

작년부터 은행권 취업을 준비한 박한수(28) 씨는 "필기시험의 경우 경제금융 지식 외에도 스포츠, 문화 관련 내용도 공부하고 있다"며 "출제 범위가 넓어져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필기시험 난이도↓, 폭넓게 공부하는 게 중요

지원자들의 우려와 달리 채용 담당자들은 필기시험의 문제 난이도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NCS를 기반으로 시험을 준비하되 폭넓은 분야의 기초상식을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권혁호 KB국민은행 인력지원부 팀장은 "국민은행의 경우 지원자들의 시험 준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NCS 방식과 상식을 혼합한 형태로 문제를 출제하려고 한다"며 "예년과 달리 구직자들이 어렵게 느꼈던 논술을 폐지하고 면접을 강화하는 쪽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원 KEB하나은행 인사부 팀장도 "하나은행의 경우 인성검사와 적성검사가 주를 이뤄 공부할 내용이 많지 않다"며 "전통적으로 출제했던 금융·일반상식 기반 문제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돼 은행권 취업을 열심히 준비했던 지원자라면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무진 우리은행 인사부 차장은 "필기시험 문제 출제를 담당하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난이도를 낮춰달라고 주문했다"며 "대신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공부하는 것이 지원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의 경우 논술을 폐지하지 않은 대신 종전 2문제에서 1문제로 문제 규모를 줄였다. 논술이 부담스럽다는 내외부의 피드백을 반영한 결과라고 농협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과장된 자기소개서는 감점 요인

채용 담당자들은 공통적으로 과장된 자기소개서는 면접에서 금세 탄로 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다른 사람의 경험을 베낀 자기소개서의 경우 감점 요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은행 직무와 연관이 적더라도 본인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경험 위주로 작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허승혁 NH농협은행 인사기획팀 과장은 "과장되거나 거짓으로 자기소개서 내용을 작성한다고 해도 면접 과정에서 대부분 드러나게 돼 있다"며 "본인이 어떤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은행 취업을 준비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혁호 국민은행 인력지원부 팀장은 "은행이 바라는 인재상은 정직과 성실함이 기본"이라며 "부풀려 작성한 자기소개서는 금방 알아채기 때문에 담백하고 정직하게 작성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원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하반기 채용에서 자기소개서의 문항과 글자 수 등을 줄였다. 자기소개서의 비중을 줄이고 다른 평가 항목을 추가해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

◆준비 과정과 장점 어필은 구체적으로

채용 담당자들은 면접 시 지원자의 구체적인 경험 언급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입사 지원동기와 은행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한 사전 파악 후 자신을 매치시키는 것도 가점 요소라고 조언했다.

허승혁 농협 인사부 과장은 "단순히 1년간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하기보다는 주요 경제지를 구독해 꼼꼼히 읽어가며 공부했다고 얘기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며 "농협의 경우 시중은행과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농협만의 특색을 이해하고 오는 지원자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호 IBK기업은행 인사부 대리는 "면접에 정답은 없지만 뭘 잘한다고 패기 있게 얘기하기보다는 본인의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 업무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어필하는 게 좋다"며 "자신의 장점을 말하고 싶다면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원 하나은행 인사부 팀장은 "요즘 돈까지 들여 학원 등에서 면접을 준비하고는 하지만 면접은 단련되는 게 아니다"라며 "면접 시 기계적인 답변을 하는 지원자보다는 어떤 근거를 가지고 차분히 본인을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많은 은행 중에 왜 신한은행을 지원했는지는 면접 때마다 지원자에게 질문하고 있다"며 "자신이 신한 문화에 어울리는 인재라는 것을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을 준비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